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는 2016년 방영된 SBS 판타지 사극 로맨스 드라마로, 중국의 인기 드라마 ‘보보경심’을 원작으로 한국식 사극과 감성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타임슬립, 궁중 로맨스, 운명적 사랑을 담은 이 드라마는 방영 당시 호불호가 있었지만, 결말은 여전히 많은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특히 한국판과 중국 원작의 결말 차이는 감정의 방향성과 메시지 전달에서 큰 대비를 보인다. 본문에서는 두 작품의 결말을 비교하고, 각각의 해석이 담고 있는 의미를 분석해본다.
한국판 결말: 비극 속 열린 가능성
한국판 ‘달의 연인’은 해수(아이유)가 현대에서 고려 시대로 타임슬립했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구조를 가진다. 그녀는 왕소(이준기 분)와의 깊은 사랑을 나눈 후,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 생을 마감한다. 그리고 현대에서 박사가 된 해수가 박물관에서 고려시대 왕소의 초상화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이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현실의 연속성’을 암시하며, 해수의 기억과 감정이 여전히 현재의 그녀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왕소 역시 해수를 잊지 못하고 하늘을 바라보며 그녀를 그리워한다. 다만 두 사람이 다시 만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결말은 명확한 재회 없이 열린 여운을 남긴다.
이러한 구성은 한국 드라마 특유의 감성, 즉 ‘사랑은 운명이지만, 모든 운명이 이루어지지는 않는다’는 슬픈 운명론을 반영한다. 사랑의 아름다움과 동시에 이뤄질 수 없는 현실의 쓸쓸함을 강조한 결말이다.
중국 원작 결말: 비극이 주는 감정의 완결성
중국 드라마 ‘보보경심’의 결말은 보다 명확하고, 감정적 충격이 크다. 루시(류시시 분)는 청나라 시대로 타임슬립한 후, 사황자와 사랑에 빠지지만 결국 정치적 암투와 오해, 권력의 희생양이 되어 고통스럽게 생을 마친다. 그리고 현대에서 눈을 뜬 루시는 박물관에서 사황자의 초상화를 본다. 하지만 그 순간 그는 그녀를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친다.
이 장면은 철저한 비극적 운명을 완성하는 구조다. 사랑했던 이가 눈앞에 있어도 서로 알아보지 못하는 현실은 사랑이 얼마나 덧없고 허망한지를 보여준다. 이는 중국 고전의 비극 미학과 일치하며, 운명에 맞선 인간의 무력함을 강조한다.
이 결말은 감정적으로도 더 강렬하다. 재회조차 없는 결말은 완전한 이별을 선언하며, 시청자에게 깊은 상실감을 안긴다. 원작 팬들 사이에서는 “마음을 도려내는 결말”, “절대 잊히지 않는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는다.
결말의 차이가 주는 메시지의 차이
한국판과 중국판 모두 ‘시공간을 초월한 사랑’을 그렸지만, 결말에서 전달하는 메시지의 결은 다르다.
- 한국판은 ‘희망과 여운’을 남긴다. 두 사람은 끝내 만나지 못했지만, 서로를 기억하고, 그 기억이 현재의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사랑의 힘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또한 "시즌2에 대한 여지를 남긴 열린 결말"이라는 해석도 많았다.
- 중국 원작은 ‘완전한 비극과 체념’이다.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고, 기억마저 공유되지 않는다. 이로써 인간의 운명은 회피할 수 없으며, 사랑은 때로 아무 의미 없이 스쳐 지나간다는 허무주의적 메시지를 던진다.
이처럼 두 결말의 차이는 각국의 문화, 정서, 드라마 문법의 차이를 반영한다. 한국판은 감정의 여운과 미련, 재회를 꿈꾸는 감성을 담았고, 중국판은 완결된 슬픔과 체념을 통해 깊은 감정적 몰입을 유도했다.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는 같은 뿌리에서 출발했지만, 결말에서 완전히 다른 감정의 결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한국판은 여운을, 중국판은 완결된 비극을 선택했다. 두 작품 모두 그 나름의 감정적 설득력을 갖고 있으며, 어떤 결말이 더 와닿는지는 보는 이의 감성에 달려 있다. 지금 넷플릭스나 국내 OTT에서 두 버전을 모두 감상해보며, 사랑과 운명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