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씨부인전’은 조선 후기 한글 소설로, 여성의 정절과 가정 내 덕목을 강조한 대표적인 가정소설입니다. 여성 인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중심 서사를 이끌며, 조선 시대 유교적 가치관 속에서 이상적인 여성상을 구현한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이 글에서는 ‘옥씨부인전’의 줄거리와 주요 인물들을 분석하고, 그 안에 담긴 정절 의식과 여성 서사 구조를 중심으로 고찰해보겠습니다.
줄거리 요약과 서사 구조의 특징
‘옥씨부인전’은 제목 그대로 옥씨 성을 가진 여인이 주인공으로, 그녀의 결혼 생활과 가정 내 갈등, 정절과 인내의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주인공 옥씨 부인은 명문가 출신으로, 총명하고 예의 바르며, 유교적 도덕성과 여성적 덕목을 두루 갖춘 인물로 등장합니다. 그녀는 장원급제한 이서생과 혼인하여 이상적인 부부생활을 시작하지만, 남편의 벼슬길로 인해 부부의 이별이 시작됩니다. 이서생은 지방 수령으로 부임하면서 타지에서 새로운 여인과 관계를 맺게 되는데, 이는 ‘가정 내 위기’의 전형적인 서사 구조를 형성합니다. 옥씨 부인은 그 소식을 접한 후에도 절개를 지키며 남편을 기다리고, 시댁과 자녀를 성심껏 돌보며 현모양처의 삶을 실천합니다. 시간이 흐른 뒤, 남편은 자신의 과오를 깨닫고 옥씨 부인의 지극한 정성과 믿음에 감동하여 다시 가정으로 돌아옵니다. 이로써 부부는 재결합하고, 가정은 다시 평화를 되찾으며 이야기의 권선징악적 결말을 맞이합니다. 이 작품은 ‘출가외인’이라 여겨졌던 여성이 서사의 중심 주체가 되어 이야기를 끌고 간다는 점에서 고전소설로서의 의의가 큽니다. 또한 전통적 가족 구조 속 부부 관계의 위기와 복원이라는 테마를 통해, 당시 사회의 가정관을 투영합니다.
정절과 유교적 여성상 강조
‘옥씨부인전’의 핵심 키워드는 바로 정절입니다. 조선 시대 유교 사회에서 여성에게 요구되던 가장 큰 미덕은 바로 ‘부군에 대한 절개’와 ‘가정에 대한 헌신’이었고, 이 작품은 그러한 가치관을 전형적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옥씨 부인은 남편이 외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며 내실을 다지고, 집안의 기강을 바로 세우는 데 집중합니다. 이는 ‘지혜로운 아내’이자 ‘참된 여성’으로 묘사되기 위한 중요한 장치로 작용합니다. 뿐만 아니라, 옥씨 부인은 시부모에게 효도하고 자녀를 바르게 교육하는 데에도 힘쓰며, ‘가문의 명예’를 지키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합니다. 즉, 그녀는 개인의 감정을 억누르고 공동체를 우선시하는 여성상을 상징합니다. 이처럼 ‘옥씨부인전’은 여성에게 이상적으로 요구되던 역할(아내, 며느리, 어머니)을 모두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유교적 가치관을 내면화한 이상적 여성상을 극대화하여 전달합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시선에서 보면, 이는 남성 중심의 가치 체계에 순응하는 여성상을 강조한 한계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옥씨 부인이 감정적 주체로 성장하며 가정을 지켜내는 인물로 묘사된다는 점은 당시 여성의 주체성을 일정 부분 인정받은 사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주요 인물 분석과 그 상징성
작품 속에는 옥씨 부인을 중심으로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며, 각 인물은 상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단순한 등장인물이 아니라, 유교 사회 속에서의 인간관계를 상징하는 장치로 기능합니다.
- 옥씨 부인: 이야기의 주인공이자, 정절·인내·현모양처의 상징. 그녀는 가정을 지키는 핵심 인물로서, 전통적 여성상이 이상화된 존재입니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지혜롭게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은, 당시 여성 교육의 이상적인 모델로 제시됩니다.
- 이서생(남편): 옥씨 부인의 남편이자 과거에 급제한 인물. 외도로 인해 위기를 자초하지만, 아내의 정절과 덕을 깨닫고 회귀와 반성을 통해 ‘갱생’하는 남성상으로 나타납니다. 그는 남성의 실수를 용서하는 여성의 대인함을 부각시키기 위한 도구적 인물이기도 합니다.
- 시부모: 특별한 갈등 없이 옥씨 부인에게 친절하게 대하며, 그녀의 효성과 성실함을 인정하는 인물들입니다. 이는 이상적인 시가 관계를 설정함으로써 독자들에게 모범적인 가족관계를 보여주기 위한 장치입니다.
- 기타 조력자 및 외부 인물: 이야기의 전개를 돕는 보조적 인물로, 갈등을 유발하거나 해결의 단서를 제공하며 옥씨 부인의 행동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기능을 합니다.
이러한 인물 구성을 통해, ‘옥씨부인전’은 단순한 이야기 이상으로 윤리적 메시지와 상징성을 담은 교훈적 텍스트로 완성됩니다.
‘옥씨부인전’은 단순한 고전소설을 넘어, 조선 후기 여성의 삶과 역할, 그리고 유교적 가치관을 문학적으로 재현한 소중한 자료입니다. 주체적인 여성 인물이 중심이 되어 이야기를 이끄는 구조는 고전문학 속에서 보기 드문 형태이며, 그 안에 담긴 정절, 도덕, 여성의 역할에 대한 메시지는 오늘날에도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합니다. 한글 고전을 통해 과거 여성의 삶과 시대정신을 함께 이해해보는 시간, 지금 ‘옥씨부인전’으로 시작해보세요.